무반주 녹두빈대떡 소나타
2014년 11월 25일 화요일 교회소그룹모임
장소는 여준이 피아노선생님댁..
사진 찍는 사람이 없어 눈치껏 찍느라 다 차려져서
여럿이 앉았을때의 상차림은 못 찍었습니다..
교회에서의 점심과 소그룹모임의 식탁을 정리해서 올리면
한권의 웰빙 요리책이 탄생 하는 건데 교회에서도 소그룹 모임에서도
도무지 카메라 그림자조차 안보입니다..
싱크대에서 하나하나 날라 올 적마다 찰칵찰칵..
그러나 모두들 수고를 하는데 혼자서만
이럴 수는 없어서 적당히 찍고 저도 방방 뛰었습니다.
그 외에
늙은 호박 감자를 푹 삶아 우려낸 물로 끓인 미역국
콩으로 만든 소세지볶음 오이고추 장아찌..
멤버들이 가지고 온 김장김치와 알타리 김치퍼레이드
샌드위치 밤으로 만든 묵.. 고구마와 사과말랭이 무침 등등..
식탁하나 가득이었습니다.. 그걸 못 찍다니..오호, 통째라..
매실장아찌..
제가 무지 이뻐하는 그 젊은 부부가 만들어 온 것인데 저한테도 선물을..
저는 이것을 10월 말에 남편을 하늘나라로 보낸 박루시아 자매님께
절반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새콤달콤 아삭아삭..
잘게 다져 마요네즈에 버무려 식빵에 발라주었더니
여준이로부터 할머니가 최고라는 소리 들었습니다.
모두들 신기해 했었던 자색땅콩..모두들 처음 보았다고 합니다.
흰 땅콩보다 몇 배 고소했습니다.
피아노 선생님 친정동생이 포도 과수원을 하는데
한 모퉁이에다 시험 삼아 심었더니 주위에서 난리 긋..
저도 그 과수원을 드라이브 삼아 다녀온 적이 있는데 정말 광활한..
별거 별거 많이 심어 놓았더군요.
자매간의 우애도 상당히 좋아 보였고 동생이 줄 적마다
친정식구라고 해도 공짜로 먹을 수는 없다면서 일일이
계산을 하는 언니의(피아노선생님) 모습도 좋아 보였습니다..
저한테도 끊임없이 갖다 주셔서 올 여름 과일이
떨어질 날이 없이 호사를 누렸습니다..
녹두빈대떡입니다..
사진이 그지같이 나왔지만 지금도 그때의
빈대떡 맛을 잊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모임전날, 직접 수확한 녹두를 까불리고 각종 채소를
채 썰어 부쳤는데 인원수만큼 미리 부쳤다가 우르르
상위에 올리는 게 아니라..
처음엔 딱 한 장만 부쳐서 올렸습니다.
방금 없어지자 방금 다시 따끈한 빈대떡이 대령..
제가 바로 피아노 선생님 옆에 앉았는데 참말로 기막히다는 표현외엔..
빈대떡이 없어질려는 찰나에 째빨리 일어나서 한 국자 떠서 부치고,
이런 식으로 식사 끝날 때까지 한 장의 빈대떡을 부치기 위해서
왔다리 갔다리 하는데 그 타이밍을 절묘하게 잘 맞추어서
이거 예사 인간이 아니구나 싶더군요.
식탁과 싱크대로 가고 올적마다 대화가 끊기는 것도 아니고
나중에 이야기 들어보니 다른 성도님들은 들락날락 하는 것을
의식을 못했다면 말 다했지요.
식사 끝날 때 제가 그 이야기를 했더니
“어쩐지 빈대떡이 유난히 맛있드라니” 하면서..모두들 놀랬습니다.
오랜 기간 피아노학원을 운영하다보니 그 어떤 틈새를 파고드는
노련함이 몸에 베이신 것 같은데 그래도 그 절묘함에 머리가 절레절레.
갓 수확 한 녹두와 채소를 모임 한시간전에 갈아서(그것도 맷돌로)
가스렌지 옆에다 두고 대화가 시나브로 절정에 올랐다
사그러질려는 그 찰라에 재빠르게 얄팍하게 부쳐 내놓으니
안 맛있을수가 있겠나요..
제가 前生에 도대체 나라를 몇 번이나 구했길래 이런 행운이..
이 사진은 어쩌면 이게 마지막 빈대떡일지 모르겠다 싶어서
체면불구, 재빨리 디카로 찍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