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네이버에서..
2013.6.27
그 동안 살아오면서 개혁이 절실히 필요한 것
하나를 꼽으라면 저는 주저 없이 제사음식..
큰 시아즈버님이 살아계실 때에는 큰 형님이 교회신자이긴 했지만
시어머님의 권위는 시퍼렇게 살아 있어서 주관대로 움직였지만
음식만은 큰 형님이 강하게 터치를..
큰 형님이 밥과 국 김치 과일 둘째 형님은 소고기 산적과 떡..
셋째형님은 나물종류 막내인 저는 생선전과 빈대떡..
단, 많이들 해오지 말고 딱 한접시 분량만을 요구 하셨습니다.
큰 형님이 육영수 여사가 주관하신 '양지회' 멤버이셔서 집에서
한가롭게 지낼 시간이 없으시다 보니 요리하고는 거리가 멀었던 것..
이때까지만 해도 개혁의 필요성은 못느꼈습니다..
각자 한접시분의 분량을 만들어서 아침일찍 여의도 아파트에 모여
무엇보다도 일에 치이지 않고 이야기할 시간이 많아서 너무 좋았습니다.
큰시아즈버님이 정치문제를 꺼내시면 조카들까지 합세한 신구세대의
찬,반 대결이 참으로 볼만 했었습니다..
큰 집 맏사위로 의사를 맞이하면서 약사이신 큰형님과 둘째시아즈너님이
동맹을 맺어 의약분업 대결도 귀담아 들을만 했습니다..
둘째 시아즈버님이 재벌급이라 한사람 한사람에게 주는 새뱃돈이 좀 어마어마.
그래서 결석하는 조카들이 없었는데 한번은 긴한 일로 참석을 못하셨습니다.
여기저기서 "오늘 세뱃 돈 망했네 우짜지" 하는 소리가 들려와서
그 넓은 아파트가 한바탕 폭소의 도가니.. 이것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의 한자락..
설거지도 간단했고 남아도는 음식도 없이 딱 그 자리에서 작살..
큰시아즈버님이 돌아가시자 시부모님 제사는 둘째 시아즈버님이 주관..
큰형님네는 자연 떨어져 나갔고..
둘째시아즈버님은 불교신자..
무엇이든지 푸짐해 보여야 한다는 주의..
둘째 형님은 수술 받으신데다 친정어머님이 노환으로 시름시름..
셋째 형님은 늘 아프셔서 자연 제사음식은 제 차지가 되었습니다.
일부러 막내아들과 결혼했는데 현실이 녹녹치가 않더군요..ㅎㅎ
돈은 얼마든지 내 놓을테니 무조건 많이 푸짐하게..
여의도아파트에서의 제사음식이 꽤나 못마땅 하셨을 텐데
집안의 평화를 위해서 참으신 것은 아니었는지..후훗..
시댁이나 친정이나 아래,위 질서가 이렇게 엄격히 잘 지켜져
왔었던 것 같습니다.. 못마땅해도 반항 안하기..
그 점은 저도 집안 꾸려 가면서, 친목회 회장 할때도 엄격하게 적용..
친목회 회장 할때는 아랫사람이 먼저 수저 들지말라고 강력하게 요구..
이렇게 질서를 유지하는데 신경을 써서인지 제가 그만 둘때까지
싸움한번 없이 잘 굴러갔습니다..
저처럼 회원들을 췰락 펼락 카리스마 넘치는 회장깜 만나기
힘들꺼라는것이 회원들의 촌평..다시 추대 받았지만
나이 50넘어가면 감투 안쓴다는 것이 제 고집입니다..
나이 많아지면 쓸데없는 고집이 늘어나는데 옹고집으로 추해보이는
자매님들을 하도 많이 봐와서리 그건 정말 본받고 싶지는 않더군요.
아들과 손자는 남편이 막판에 병원에 입원하신 전날까지도
아침저녁으로 꼬박꼬박 문안인사를 드렸습니다.
외출했다가 귀가할 때는 현관앞에 도열..
그 때 남편은 즉석에서 과자파티 할수 있게 손목아지에
간식꺼리 보따리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기가 일수..
동창친목회가 있는 매달 마지막날은 생선초밥 상자..
마지막으로 생성초밥 사온 날이 2012년 2월 29일..
그 날 생선초밥 파티가 영원히 마지막이 되리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는 데 그렇게 건강하던 사람이 갑자기 왜 왜 왜..
잘나가다가 삼천포로 살짝 빠져 버렸는데 이해 해주세요.
정말 그립고 그리운 추억 한자락이라서..
제사음식은 친한 성당자매님의 도움을 받아 푸짐하게 많이
만드는건 어렵지는 않았는데 그 다음이 문제..
그 음식들을 몽땅 저희 집으로 다시 날라야 했습니다.
몇 날을 정성들여 고은 사골국은 제사 끝나고 바로
그 자리에서 작살모드이지만 나머지 음식은 젓가락도 안대더군요.
생선전 빈대떡 조기구이 소고기 산적 삼색나물등등..
무조건 푸짐해야 한다던 둘째 시아즈버님도 고칼로리라 건강에
안 좋다고 안 잡수시고 저는 만들면서 기름 냄새를 한종일
맡았던 터라 입에 대기도 싫었습니다.
집으로 가져왔어도 식구들은 전혀..
남편은 아예 입에 대지도 않았습니다.
산자 약과 인절미 떡 등은 정말 처치곤란..
제사음식이라 이웃들에게 드리는 것도 웬지 깨름직..
먹지도 못해 썩어서 버려야 하는데도 곧 돌아오는
기제사 명절제사 때마다 반복되는 이 악순환..
작년 6월 29일에 남편이 돌아가자 자연스럽게 우리 집만의 제사를
모시게 되었는데 개혁이 그렇게 쉽게 되지는 않더군요.
49재 추석차례 백일탈상 생일제사 설날차례 한식..
이번에는 정말 개혁하자 하다가도 우리 한국만의 전통인데
무엇보다도 여준아빠가 반대를 해서 내 고집만을 부릴 수 없었던 것..
한 접시 분량을 만들고 싶어도 그렇게 되지가 않습니다.
동태포 도라지 고사리 시금치등은 미리 한팩으로 포장된것을
사야 하기 때문에 양을 내 마음대로 조절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것도 남편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음식들..
대형마트에서 한접시 분량만 사면 그만이나 차마 그 짓은
못하겠더군요. 안하느니만도 못한..
살아있는 식구들도 고칼로리라 잘 먹지도 않는 음식들..
아줌씨들은 잘 아시겠지만 돈도 돈이려니와 시간낭비가
장난이 아니지요. 산더미처럼 쌓이는 설거지 그릇들..
첫 번째로(양력으로 결정) 맞는 남편 기제사 때문에 고심을
하던차에 금요일(6월 23일) 22시‘정글의 법칙’시청하다가
웬지 화면구성이 너무 지분스러워서 체널을 돌리다가
MBC‘나 혼자 산다를 보게 된것입니다..
강신주 교수님의 철학강의.. 주제는‘식사 & 사료’
간단히 요약을 하면 많은 재료를 섞어서 음식을 만들었다면 사료..
사료로 만든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과 즐거운 마음으로
맛있게 먹었다면 식사..
혼자서라도 맛 잇게 먹을 줄 아는 사람은 결혼 안해도
된다고 해서 어찌나 웃었는지요..
그렇게 고민의 고민을 거듭해도 해결이 되지 않았던 제사음식 문제가
간단히 정리가 되다니 이 프로를 접하게 된 것은 하늘의 도움이신가???
그동안 제사음식은 조상님의 은덕을 기리면서도 사료에 불과했던 것..
방송이 끝나자마자 메모장을 열어서 한 여름에 남편이
좋아 했었던 음식을 주욱 나열하나까 30가지가 넘었습니다..
유달리 까다로웠던 남편식성에 맞추어서 음식을 만들었어도
다른 식구들도 맛있다면서 잘 먹었습니다..
지금은 여준이도 길들여졌는지 식당음식은 못먹겟다면서
주문하는 것을 딱 질색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하다못해 김밥도 할머니가 만들어야 맛있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 7가지를 뽑아 모래 있을 기제사때 올리기로 방침을 세웠고
아들에게도 이 사실을 통보.. 초라하게는 만들지 말라고 합니다..
과일은 천편일률적인 사과 배 대추 보다는 옥수수 토마토 수박을..
한여름동안은 이 세가지는 참으로 열심히 먹었던 것 같습니다.
옥수수는 생것을 사다가 집에서 직접.. 그게 훨씬 더 맛있습니다.
옥수수는 신장 토마토는 심장 수박은 열 내리는 데 직빵..
여름과일은 여름에 잡수어 주어야 효과가 있는 법입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집 식구야 말로 몇십년 동안 사료가 아닌
오순도순 식사를 한 셈이 되네요.
식사시간 내내 여준이 재롱으로 떠들썩하니 왁자했었던 그 분위기..
지금도 그 분위기가 몹시도 그립습니다..
유별나게 까다로웠던 식성 때문에 이틀마다 새로운 음식 만드느라
힘들었지만 바로 그 점이 남편 보내고 나서도‘더 잘해 줄 걸’ 하는
후회심이 전혀 안 드는가 봅니다.
누가 뭐래도 남편에게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미국의 시누이는 지금도 한달에 두번은 안부전화를 주는데
우리 막내오빠가 끝까지 대접 받으며 편하게 간것 같다면서
올케가 너무도 고맙게 느껴 진다고 합니다..
어떻게 손써 볼새없이 한 순간에 이 세상 소풍을
끝낸 것도 어찌보면 남편다운 성격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
간성혼수로 쓰러지기(2012년 6월 7일) 전날까지 매일 산책을 나갔고
매일매일 자신의 손으로 목욕하고 이틀마다 수염을 깎는 등
아내인 저에게도 끝까지 지저분한 모습을 안보여 줄 정도로
쓰러진지 22일만에 깔끔한 그 성격 그대로 저 세상으로..
유품을 정리할 때도 많이 놀랬습니다.
장롱 책상 고단스 책장등등 어느 서랍장을 열어보아도
삐뚜룸하게 놓여있는 물건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도장 손톱깍이 인주 볼펜등등 우유팩을 잘라서
꼼꼼하게 담아 놓아서 한참 웃기도 했었고..
속내의도 반듯반듯하게 단정하게 개어서..
남편이 이해불가인것이 이런 성격이라면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샌님타입일 텐데 대인관계는 화끈 하다는 것..
아무리 처음 만난 사람이라도 남편과 한순배 술잔이 오가면
상대방은‘존경 합니다’소리가 저절로..
정말 따르는 친구들이 엄청 많았습니다.
병원에 입원할 때는 친구들이 순번을 정해서 매일 병문안
왔었다는 사실도 간병인이 말해 주어서 알았습니다..
덕분에 저는 저녁마다 술상 차려야 하는 고달픔으로 한세월
보냈지만 음식솜씨가 남다르다는 소리를 들었으니
플러스 마이너스 알파 제로..후훗..
그 까다로운 식성 맞추느라 정말 힘들었는데도
지금은 무조건 그립기만 하니 이 얄굿은 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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