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2007년10월 24일) 제가 모처럼 스케줄이
없는 날이라 뭘 할까 하다가 함경도 음식인
'동태순대'를 만들어 보기로..
밥 반찬으로 술안주로 손색이 없지만 만드는
과정이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아서 좀체로
맛보기는 힘들겝니다.
겨우 3마리의 '동태순대'를 만들기 위해
오늘 하루종일 부엌일에서 헤어나지를 못했습니다..
그래도 내 좋아서 하는 일..
옛날에는 20마리나 만들어서 아주 절친한 이웃에게만
1마리씩 돌렸는데 지금은 나이와 함께 체력이 달려서..
아침 8시에 시작해서 18시에 끝났다면..
어제 시어머님 댁에 들렸다가 안성에서 제법
규모가 큰 M플러스 마트에서 장을 보았습니다.
우선 동태 3마리..
모양이 아주 올곧게 쭉쭉빵빵 예쁘게 나와
단번에 덥석 집어 온 녀석들..
재료..
동태 3마리 4500원
배추 1통(우거지 만들려고) 3000원
소고기 갈은 것 10000원
돼지고기 갈은 것 3000원
두부 세모 1800원
해찬들 고추장 2800원
그 외에 마늘 대파 생강 후주 고춧가루..
저는 소고기나 돼지고기 살 때 한근 혹은
두근 이라고 하지는 않고 "만원어치 주세요" 식입니다.
제가 필요한 무게와 가격은 대충 아니까요.
좀은 넉넉하게 사는 편입니다.
모자라는 것 보다는 남아 도는 게 좋으니까요.
남으면 다른 용도로 사용 하니까 2가지 반찬 만드는 셈..
모두들 제가 고추장 된장은 담가 먹는줄 아시겠지만
작년부터 사다 먹고 있습니다. 이유는 아시겠지요.
도무지 고추장 된장 김장 할 시간이 없습니다.
그중 해찬들 고추장을 많이 이용하는데 제 혓바닥이
녹 쓸었는지 맛에 있어서 별 차이를 못 느끼겠던데요..
제일 웃기는 사진..ㅎㅎㅎ
우선 두부 세모를 씻어서 바가지안에다 채반
넣고 두부 담아서 거기에 맞는 접시를 엎은 다음
무쇠솥을 올려 놓으면 물기가 잘 빠집니다.
선풍기 회사로 유명한 한일에서 '짤순이'를 판매..
4만5천원 부르는데 살까 말까 망서리고 있는 중..
저 무쇠솥이 없다면 망서리지 않고 대번에 샀을 텐데..후훗..
물기없는 단단한 두부도 시판하나 맛대가리가 없어 놔서리..
배추 절이고..
우거지로 된거 팔긴 하나 1000원어치가 아기주먹..
그럴바에야 배추 1통 사서 우거지도 만들고 겉절이도
만들고 남는 건 된장 풀어 멸치넣어 시레기국 끓이고..
그래도 남으면 삼겹살 싸먹든가 배추전 부치고..
동태 3마리를 가위로 지느러미를 제가한
다음에 큰 다라이에다 물 부어 해동 시킴..
일본단어 써서 죄송..
2시간 지나면 완전 해동..
머리를 짤라서 속에 들어있는 불순물을 깨끗이 제거..
머리는 아가미를 젖혀서 속속들이 깨끗이 썻어야 합니다.
지저분한 건 가위로 저며서 도려 내고..
생선 머리 자를 때는 빵칼이 잘 들더군요..
그런데 두 눈까리가 제 얼굴을 빤히 쳐다볼 때 무섭긴 무섭대요..
그 만큼 이 녀석들이 관상이 좋았다는 소리.
이목구비가 아주 또릿또릿..
다시 말해서 싱싱 하다는 소리..ㅎㅎ
동태뱃속에서 나온 태와 알..
태는 일명 창란이라고도 하는데 이걸 버리지 멀고
생태나 동태찌게 끓일 때 태를 약간 익힌다음
참기름 고춧가루 후추 마늘 넣어 짓이겨서
전자렌지에다 약 30초 가열..
이걸 팔팔 끓는 째게속에 넣으면 색깔이 아주
예쁘게 나오면서 국물 맛이 확 살아납니다.
한마디로 말해 동태 생태 찌개는 태를 어떻게
조리 하느냐에 따라 맛이 하늘과 땅 차이..
깨끗이 손질한 동태에다 소금을 착착 뿌려
채반에 담아 한쪽을 기울이게 해서 최소한
2시간 이성은 놓아 두어야 합니다.
그래야 생선에서 물기가 쫘악 빠지게 되는 데
실은 제대로 만들려면 하루정도 빨랫줄에
매달아 약간 꾸덕하게 말려야 합니다.
이래서 '동태순대'가 만들기가 버겁다는..
주황색을 두른 저 채반은 사용한지 거의 35년..
저희 부부를 중매선 친구가 중딩 2년때의 단짝친구.
이 친구의 시어머니가 저를 잘 보았고 아들에게(친구의 남편)
깉이 근무하는 그 아무개씨를 소개하는 게 어떻겠냐고..
그래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그 친구와 동대문 시장을 가는데 그릇 가게에서 색갈이
너무 고상하고 예쁘다면서 2개 사서 하나는 저한테 준 것..
그 당시엔 굉장히 예쁘고 세련된 모양이었는데
지금은 팍삭 낡았지요.
그 동안 해마다 살림살이 정리 하면서 버릴 건 앗쌀하게
버려 왔는데 이상하게 이것만은 안 버리게 되더군요..
그 친구. 지금 미국에 살고 있습니다. 두 사위를 보았고..
배추 절인 것 중 파란 이파리만 모아서 잘게 다지고
두부는 전자렌지에다 3분 가열해서 포슬포슬하게 다져 놓고..
두부 다질 때 감자 으깨는 조리기구를 사용하면 편리 합니다.
식탐(食貪)의 호사(豪奢)를 누리고 싶어서
식용유가 아닌 해바라기씨 오일을 전골냄비에다
바르는 듯 해서 소고기를 볶는데 소금 약간 후추약간..
아주 약간만.. 나중에 고추장이 들어 가므로..
전골냄비 안 주변이 눌러 붙은 것 없이 깨끗해 보이지요.
그 만큼 반들반들 하게 살림때가 묻었다는 증거..
다음은 돼지고기 볶을 차례..
그 전에 먼저 생강 대파 양파 마늘 넣어 볶은 다음..
그냥 까스렌지 앞에서 김이 모락모락 날때 디카를
들이 밀었는데 렌즈가 고장나는건 아닌지..
돼지고기를 볶습니다.. 역시 약간의 소금과 후추로..
다 볶은 다음 대파 양파 생강쪼가리는 건져 냅니다..
커다란 스탠볼에다 다진 소고기와 돼지고기.
두부와 잘게 다진 배추 이파리..
잘게 다진 배추도 살짝 볶아서 물기 짜주고..
들어간 재료 양은 동태 3마리이면 두부 두모 정도이면
되나 저는 세모를 다 사용.. 이유는 나중에 설명..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반반씩 섞어 두부양의 반정도면 충분..
우거지는 되는 대로.. 너무 많이 넣지는 마시구요.
파란 이파리를 사용하는 게 시각적으로 보기가 좋드라는..
처음에 고춧가루를 넣어 섞은 다음 20분간 재워 놓습니다.
그래야 색갈이 예쁘게 나와 식욕을 돋구어 줍니다..
남아 도는 소고기와 돼지고기..
여준이가 피자 만들어 달랄 때마다 식빵 위에다
솔솔 뿌려도 되고 빈대떡 부칠 때 넣어도 되고..
달걀물 넣어 동그랑땡 만들어 찌개 끓일 때 넣어도 되고..
(그냥 고기 넣은 것 보다는 이렇게 해서 만든게 훨씬 맛있습니다)
이렇게 미리 볶아 두면 많이 편리하지요..
먼저 고춧가루로 버무린 것을 고추장 마늘
후추 깨소금 참기를 넣어 버물버물..
고추장이 주인공이니까 1 큰술로 잡고 나머지는 작은1큰술..
이 비율대로 많이 만들어서 간 보아가면서 넣으시면 됩니다.
동태가 싱거운 편이므로 속에 들어갈 것은 짭쪼롬하게..
한식요리가 이래서 정확하게 레시피를
제공할 수가 없다는 고충이 있습니다.
집집마다 사용하는 고추장 된장 간장의 염도가
제 각각인데다 입맛 마져도 틀릴 테고..
물기 빠진 동태에다 속을 꼭꼭 눌러가며 집어 넣은 것..
여기서 제가 큰 실수를..
동태를 3등분 해서 속을 넣으면 더 많이 들어가고 굽는
시간도 대폭 줄일 수가 있는데 하도 오랜만에 만들다 보니 깜박..
전기오븐 팬에다 1마리만..
해바리기씨 오일을 고루고루 발라 주었습니다.
그래야 팬바닥에 눌러 붙지가 않습니다.
빵굽는 기구인데 이지쿡이 하도 청소 하기가 번거로워서리..
동태 속..
이게 밥 반찬으로 기막히게 좋습니다
뜨거운 잡곡밥 위에다 비벼 먹어도 좋고 찬밥을
뜨거운 물에 말아서 반찬으로 먹어도 좋고..
친정어머님은 돼지고기로만 만드셨는 데
제가 한번 시험삼아 소고기 돼지고기 반반
섞어 보았는데 이게 훨씬 더 맛있더군요.
물론 비싼 소고기가 들어 갔으니 맛있는건
당연 하겠지오마는 새로운 요리에 도전 하려면
이런 창의적 정신이 있어야 한다는 것..ㅎㅎ
김장 끝나고 잘잘한 절인 배추 나브랑이가
많이 떨어져 나올 때 버리지 마시고 제가
열거한 재료를 섞어서 한번 만들어 보시기를..
오븐 펜에다 굽는 동안 전화가 오는 바람에
이렇게 약간 타 버렸습니다. 터지기도 하고..
30분 지나서 쿠킹호일로 덮어 주어야 하는데..
그래도 어찌나 맛있게 먹었는지 밥도둑이 따로 없더군요.
내일 3등분해서 구워 다시 올려 보겠습니다.
동태살이 쫄깃쫄깃 하면서 고소한 게 먹어 본 사람 만이 아는 것..
내일은 돌냄비에다 석쇠 올려서 구울 계획.
전화가 와도 까스불만 끄면 되니까요...
전화만 오면 까스렌지와 전기오븐에다 뭘 올려
놓았는지 까맣게 잊어 버리는 이 증세..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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